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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대한 적대적 고정관념 극복없인 언론교류 재개해도 변화 없을 것"

'남북 방송교류 현실화 방안' 세미나

강아영 기자2019.03.08 14:08:36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 방송교류 현실화와 장기적 방송교류 로드맵 수립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 방송교류 현실화와 장기적 방송교류 로드맵 수립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언론교류 기대감도 수그러든 가운데, 맹목적인 언론교류를 기대하기보다 북한보도부터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 방송교류 현실화와 장기적 방송교류 로드맵 수립 방안’ 세미나에서 “언론의 북한보도를 보면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고정관념이 일상화돼 있다”며 “이런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 언론교류를 한들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냉전 시대, 그리고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재냉전 시대로 인해 우리 사회에선 분단체제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고착화됐고, 동양을 적대적으로 보는 오리엔탈리즘처럼 우리 사회에도 북한을 적대적이거나 열등하게 보는 북한 오리엔탈리즘이 존재했다”며 “종합편성채널의 탈북자 프로그램이나 북한 응원단, 현송월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북한을 타자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대상화하고,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트윗이나 일본 언론의 상업적 보도 태도를 무비판적으로 중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휴전을 넘어 종전으로 가는 평화체제를 맞아 언론도 새로운 지향을 가져야 한다”면서 “단순히 정상회담이라는 미디어이벤트를 넘어 언론이 남북 간 공동의 기억을 위한 기획을 만들어내야 한다. 상업주의적 정상회담 보도를 극복하고, 언론을 포함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과거를 성찰하면서 북한과 무엇을 나눌 것인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황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북한을 잘 모르고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와중에 언론교류를 하면 오히려 관계 진전을 방해하거나 저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언론교류가 선행요인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될 부분”이라고 동의했다.


그는 언론교류 초기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서 △상호 지식과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남북 방송 공동 실태 조사 △전문가 학술교류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 △공동제작 사전단계로서 같은 주제를 놓고 남북이 따로 만들어 국제 사회에 판매하는 공동의 경험 구축 △‘차별이나 편견,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는 방송심의 규정에 따라 꼭 북한이 아니더라도 특정 인종이나 민족, 국가에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의 필요성 등을 제안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도 우리 사회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에 적극 공감했다. 전 교수는 “포털에 들어가 현송월, 고려호텔, 밀회, 처형 이런 단어만 쳐봐도 언론이 북한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며 “일종의 분노를 풀어내는 배설적 욕구, 또는 북한을 희화화하는 유희나 키치 문화 요소로 북한이 소비되고 있다. 북한 관련 얘기는 아무리 해도 반박할 대상이 없는 데 비해 효과는 굉장히 큰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통일문제를 정치나 경제가 아닌 윤리 문제로만 논의하니 사람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쌓여버렸다”며 “그걸 해소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적으로 북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야 하는 두 가지 장기 플랜에 들어가야 한다. 한편으로 통일 준비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 부처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선욱 KBS 방송문화연구소 소장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해 동의했다. 최 소장은 “북한 미디어에 대한 정보 자체가 별로 없다”며 “그런 정보가 당국 차원에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건 조금 문제라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부든 방통위든 어떤 틀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것인지 논의가 진척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일용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해소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예를 들어 북한의 양육제도나 유치원제도가 괜찮다는 사실을 언론이 내보내면 북한을 이롭게 선전한다는 식으로 엮일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꿰여 벗어날 수 없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북측 인사를 접촉했던 사람들이 정권 바뀌고 모두 감옥에 들어갔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평양 특파원, 평양 지국 개설을 꿈꾸지만 한편으로 정권이 바뀌고 나서 간첩으로 잡혀 들어간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언론교류의 큰 장애물은 국보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국보법 폐지부터 선행돼야 한다. 당장 국보법 폐지가 어렵다면 그 이전에 언론사가 북한 언론매체를 내보내기 위해 필수적인 특수자료 취급지침 절차부터 폐지하는 데 학계나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 역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기현 SBS 선임PD는 “부정적인 북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좀 더 북한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막상 현장에 가면 상대방은 그런 자세가 안 돼 있는데 우리만 해서 될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인식을 바꿔도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잘 모르겠기도 하거니와 막상 현장에서 여러 통제나 규제를 받고 내 의견이 묵살당하는 경험을 하면 거시적인 안목으로 북한 사회를 바라보기가 참 힘들다”고 말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이번 북미정상회담만 보더라도 사실은 회담이 깨졌는데 북한 노동신문 등은 성대하게 보도하고 있다. 결국 이건 왜곡보도 아니냐”면서 “우리가 북한과 교류 협력을 해야겠지만 저널리즘 측면에서 북한에 가르쳐줘야 할 부분들, 이런 사람이 정말 기자라는 걸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북한이 국제 사회로 나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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