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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콘텐츠 오디오로 병행제작… “우린 독자를 ‘멤버’로 부릅니다”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해외편] ② 덴마크 언론사 ‘제틀랜드’

강아영 기자2019.08.21 15:58:00

덴마크의 온라인 매체 제틀랜드(Zetland)는 독자인 ‘멤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코펜하겐에서 가장 큰 공연장을 빌려 멤버들과 만나는 ‘라이브’가 대표적으로, 이 행사에는 1000여명의 멤버들과 기자 대부분이 참석해 인터뷰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쇼를 펼친다. /제틀랜드 제공

▲덴마크의 온라인 매체 제틀랜드(Zetland)는 독자인 ‘멤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코펜하겐에서 가장 큰 공연장을 빌려 멤버들과 만나는 ‘라이브’가 대표적으로, 이 행사에는 1000여명의 멤버들과 기자 대부분이 참석해 인터뷰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쇼를 펼친다. /제틀랜드 제공


“우리는 독자를 ‘멤버(member)’라고 부릅니다. 일방적으로 기사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언론사의 일원이라는 뜻이죠. 멤버들은 우리 기사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도 개진하고 흥미가 있는 멤버끼리 모여 얘기도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뒀어요.”


제틀랜드(Zetland)의 편집장 겸 공동 창립자인 레아 코르가드는 “멤버들이 언론사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끔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통 미디어는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기사를 공급하는 형태이지 않느냐”며 “제틀랜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멤버와 대화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제틀랜드는 지난 2012년 설립된 덴마크의 온라인 매체다. 덴마크 일간지 베를링스케와 폴리티켄의 기자로 활동했던 레아 코르가드를 비롯해 현 CEO인 야콥 몰, 하콘 모스벡, 실케 보크 4명이 합심해 제틀랜드를 설립했다. 제틀랜드는 출범 초기 기사보다는 길지만 책보다는 짧은, 깊이 있는 기사를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매체였지만 차츰 인원이 불어나 현재는 하루 2~5개의 심층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총 인원 25명 정도의 절반이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제틀랜드는 회원 기반의 매체이기도 하다. 현재 1만2000명 정도의 멤버가 제틀랜드를 구독하고 있는데, 수입의 70%가 이들에게서 나온다. 제틀랜드 기사는 오로지 멤버만 볼 수 있고, 다만 이들이 친구나 지인에게 URL을 보내주면 멤버가 아니어도 기사를 볼 수 있다. 코르가드 편집장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그런 전략을 구사한다”며 “유료이기는 하지만 공유하는 기사는 무료라서 지불 장벽이 두껍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료 회원에 기반하고 있기에 제틀랜드는 콘텐츠의 질을 중요시한다. 전통 미디어 매체가 활약했던 과거엔 가장 많은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사가 최고의 매체였지만, 인터넷으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좋은 언론사는 실제로 볼 가치가 있는 것들만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제틀랜드는 판단했다. 코르가드 편집장은 “요즘 사람들은 뉴스를 많이 보지 않는다”며 “우리 기사만 읽어도 친구들과 현안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사건의 맥락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현재 사건을 과거의 일과 연결 짓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선거가 진행될 때 지난 4분 동안 발생한 일을 기사로 쓰기보다 지난 4년간 발생한 일을 요약해 맥락을 전달하는 식이다.

 
특이한 점은 제틀랜드가 발행하는 모든 콘텐츠가 오디오로도 제작된다는 점이다. 2017년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제틀랜드는 모든 기자들이 별도의 훈련을 받아 기사를 직접 녹음하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2017년 2분기까지 대략 10% 수준에 머물렀던 오디오 콘텐츠 이용자는 올해 1분기 기준 70%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사를 ‘읽는’ 멤버보다 ‘듣는’ 멤버가 훨씬 많아진 것이다. 시간대별 오디오 콘텐츠 이용률을 보면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하루 종일 오디오를 듣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틀랜드 내부에선 ‘미디어 회사가 아닌 오디오 회사’라는 우스갯소리도 할 정도다.


지난해 4월부턴 제틀랜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헬리콥터’에도 오디오 콘텐츠를 첨부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뉴스레터에 삽입된 15분짜리의 오디오 콘텐츠가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뉴스가 왜 중요한지 이유를 설명하고, 최대한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친구가 얘기해주는 식이다.


게다가 이는 모두 멤버의 아이디어다. 제틀랜드가 멤버들을 대상으로 개선점 등을 조사했을 때 나온 아이디어가 오디오였고, 제틀랜드는 이 외에도 끊임없이 멤버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브’와 ‘소파’가 대표적인 예다. 라이브는 제틀랜드 창립 초기부터 시작됐던 저널리즘 쇼로 1년에 두 차례 코펜하겐에서 가장 큰 공연장을 빌려 멤버들과 만나는 자리다. 1000여명의 멤버들이 참석하며 기자들도 대부분 참가해 인터뷰나 상황에 맞춰 서커스 등을 접목한 쇼를 펼치기도 한다.


라이브의 작은 버전으로 3개월에 한 번 정도 소파도 열린다. 소파는 30~50여명의 멤버들이 참여해 제틀랜드의 기사에 대해 비판도 하고 서로 전문 지식을 교환하는 장이다. 만약 건강이나 의학에 관해 글을 쓴 기자가 있다면 멤버 중 의사나 간호사 등을 초청해 기사의 사실 관계 등을 토론한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멤버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기사엔 멤버들만 댓글을 달 수 있는데,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는 점은 기자들이 상주하면서 멤버의 의견이나 질문에 꼭 답변을 달아준다는 것이다. 제틀랜드의 디지털 매니저인 타브 클리트가드는 “멤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지난해 기준 이탈률이 6.5%인 반면 멤버는 63%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덴마크 시장은 아주 작기에 이들은 다른 매체에 자신들의 기술을 판매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봄엔 스웨덴 매체인 Vi 미디어에 음성과 텍스트 기사 작성을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판매했다. 코르가드 편집장은 “제틀랜드는 기술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며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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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덴마크 전통미디어들은 '청소년 독자 잡기' 실험 중


한편에선 청소년 독자를 잡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덴마크 미디어 그룹 유스크 퓌스케 미디어(Jysk Fynske Medier)의 전 개발 책임자이자 현재는 ‘룸 오브 솔루션(Room of solution)’의 대표인 게르드 마리아 메이는 덴마크 퓐스 지역의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위한 저널리즘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기자 생활을 했던 메이 대표는 “전통 미디어가 어린 학생들과 접점이 전혀 없다는 데 착안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했다”며 “한편으론 기자들이 단순히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참여하고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룸 오브 솔루션(Room of solution)’의 대표인 게르드 마리아 메이(가운데)는 덴마크 퓐스 지역의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위한 저널리즘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게르드 마리아 메이 제공

▲‘룸 오브 솔루션(Room of solution)’의 대표인 게르드 마리아 메이(가운데)는 덴마크 퓐스 지역의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위한 저널리즘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게르드 마리아 메이 제공


메이 대표는 청소년 독자에게 가장 가깝게 접근하려면 그들이 생활하는 학교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덴마크에서도 학생들이 전통 미디어를 안 보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메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지역 신문인 퓐스 헤럴드 트리뷴(Fyens Stiftstidende)과 함께 퓐스 지역의 한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106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7주 동안 저널리즘 수업을 진행했다. 지역은행에서 예산을 조달했고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사전에 한 달간 선생님과 기자들에게 워크숍을 진행했다.


고등학교 선생님 4명과 기자 2명이 참여한 이 수업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의 주제를 정해 이를 조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메이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미디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를 배웠다”며 “이들이 뉴스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기자들이 무엇이 문제인지만 말하고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저널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 그런 인식이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 조부모에게까지 널리 퍼질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반응 덕분인지 메이 대표는 오는 27일에도 두 번째 저널리즘 수업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퓐스 헤럴드 트리뷴과 함께 7주 동안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친다. 메이 대표는 “퓐스 지역의 다른 여러 학교와도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내년에는 다른 지역으로도 프로젝트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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