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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사건기자 세미나…“보도할 때 ‘동반 자살’ 표현 신중해야”

2019 사건기자 세미나

박지은 기자2019.09.07 17:26:32

5일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한국기자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 주최로 '2019 사건기자 세미나'가 열렸다.

▲5일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한국기자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 주최로 '2019 사건기자 세미나'가 열렸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한국인 자살 사망자 수는 3만9068명이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 수와 비슷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수보다 2.5배 많은 한국인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언론 보도로 자살을 막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5일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한국기자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2019 사건기자 세미나’는 전국 사건기자 60여명이 참석해 자살 보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1주제인 ‘자살 권고 기준 변화와 일가족 자살사건 보도의 시사점’ 발표를 맡은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언론이 일가족 자살 사건을 ‘동반 자살’로 표현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일가족 자살 사건의 경우 동반의 의미에 해당되지 않는다. 피해 자녀가 자유의지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자녀의 생명권을 부모가 결정할 수 없다. ‘살해 후 자살’이 적합한 표현이다. 실제로 해외의 관련 연구와 가이드라인에서는 명확하게 살해 후 자살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가족 자살 사고 기사에는 생활고라는 원인이 키워드로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로 자식의 목숨을 앗아가도 되는 건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가장의 어려움이 자살로 해결했다고 미화될 수 있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해결수단으로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창구 서울신문 사회부장은 “왜 자살하게 됐는지 사회 구조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고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셨을 때 서울신문 취재팀은 6411번 버스를 탔고 노 의원이 발의했던 모든 법을 살펴봤다”며 “사건 자체의 취재보다 그의 삶을 조망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5일 '2019 사건기자 세미나'에서 김영욱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교수,  이창수 세계일보 기자가 토론을 하고 있다.

▲5일 '2019 사건기자 세미나'에서 김영욱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교수, 이창수 세계일보 기자가 토론을 하고 있다.



2주제로는 ‘영상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 제정 배경과 주요 내용’이 다뤄졌다. 김영욱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는 보도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상콘텐츠에서도 자살장면을 신중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5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영상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은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 등을 제작할 때 △자살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도록 하고 △자살을 미화하지 않고 △동반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과 같은 장면을 지양하도록 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자살장면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청소년의 자살장면은 더욱 주의하도록 권고하는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생명을 구하는 일은 모두의 책임이다. 영상콘텐츠 가이드라인은 유튜버 등 다양한 미디어들이 등장해 여러 가지 실험적 내용을 방송하고 있는 가운데, 자살장면을 내보내기 전 한 번 더 성찰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영석 전 대전MBC 보도국장은 “방송사의 경우 자살 관련 취재 영상이 20초짜리 짧은 단신이면 풀샷이나 현장 모자이크 정도로 끝낼 수 있지만, 1분이 넘는 꼭지로 다루게 되면 다양한 컷을 써야해 더 자세한 현장을 찍는 등 무리한 영상 구성을 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점차 시대가 변하면서 신문사에서도 영상을 만들고 있는 만큼 자살 관련 취재 영상에서만큼은 경중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창수 세계일보 기자는 “여전히 언론사들은 자살 보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살 수단·방법을 묘사한 YTN ‘뉴스Q’를 법정 제재했지만, 관련 기사는 몇 건 나오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도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충분한 합의를 거쳤고,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자살보도권고기준 3.0은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을 사용하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으며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한다는 내용 등 5가지 원칙이 담겼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함께 개정했다.


이창수 기자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기사에 금기시하는 것에 대해 “충동적인 자살은 많지 않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자살 생각을 갖는 사람들에게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이 단어는 문학이나 미디어가 아닌 이상 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라며 “자살자 행동 패턴에는 시도 전 뉴스 검색을 엄청나게 한다는 결과가 있다. 충분한 개연성이 입증되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미나 마지막 주제는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발표한 ‘스마트환경과 저널리즘 전략’이 다뤄졌다. 성 교수는 “스마트 AI 스피커, 커넥티드 카 등 스마트 환경 변화로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뉴스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제 기자 본인이 기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한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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