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돼지열병 취재 현장은 기사보다 더 처참하고 무력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확진 판정… 농장주들 예민해지며 취재 난항

강아영 기자2019.10.09 12:26:08

국내에서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지난 2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사육 농가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지난 2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의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사육 농가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7일 첫 발생 이후 16일 만에 확진 사례가 13건이나 나올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던 ASF는 지난 3일을 기점으로 다소 잠잠해진 상황이다. 다만 지난달 말에도 닷새간 추가 발병이 없다가 다시 ASF가 확산된 전례가 있기에 정부는 기존의 방역 조치를 유지하면서 2차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ASF는 국내에서 처음 발병된 데다 감염 시 치사율이 100%에 달하고, 구제역과 달리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살처분된 돼지 숫자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돼지고기 가격과의 연동성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ASF를 주요하게 다뤄왔다.


ASF를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실제 현장은 기사보다 더 처참하고 무력했다. 노진균 중부일보 기자는 “파주시에서 연천군, 김포시로 ASF가 확산되며 인근 모든 돼지들에 살처분 결정이 내려졌고, 농장주들은 원인도 모른 채 피땀 흘려 키운 돼지를 그냥 땅에 묻어야 했다”며 “기사로는 채 담지 못했지만 농장주들의 절박함 심정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ASF에 백신이 없다 보니 최소한의 대응책으로 방역 정도만 하는 상황이라 무력함도 있었다”며 “방역을 하기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어마어마하게 부족하기도 했다. 연천군이나 김포시나 공무원 수에 한계가 있다 보니 대응이 원활해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우성 경인일보 기자는 그러나 “지난해 구제역 현장보단 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다”며 “구제역 땐 현장에서 누가 기잔지, 공무원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살처분에 공무원 팀장급 이상이 다 투입돼 트라우마 등 말도 많았는데 이번엔 현장 통제도 잘 돼 있었고 살처분의 경우에도 매뉴얼 화돼 있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다만 농가 취재는 쉽지 않았다. 기자들은 ASF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농가에 접근하거나 드론을 띄워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후 ASF가 빠르게 확산하며 취재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취재 열기가 과해지기도 했고 농장주들도 예민해진 상황이라 취재가 쉽지 않았다”며 “지자체에서도 현장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해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확진 판정이 나는 통에 밤낮, 주말 가릴 것 없이 기자들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정진욱 뉴스1 기자도 “인천 강화군 때부터 ASF 발생 농가 주소를 안 알려줘 알음알음 취재를 해야 했다”며 “기자들이 ASF를 옮긴다고 생각하는 농장주 분들도 있어 비협조적인 환경에서 취재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0일 언론이 발생농장 등을 근접 취재할 경우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SBS나 YTN은 소독을 받은 사실이나 접근 가능한 지역을 취재했다는 내용을 일부 리포트에 담았고, JTBC도 ‘취재진이 찾은 곳은 ASF 음성 판정을 받은 농장의 돼지 매몰지로, 방문 뒤 철저한 소독 절차를 거쳤습니다’라는 사실을 최근 돼지열병 관련 리포트에 자막으로 넣기도 했다.


이번 ASF 확산으로 약 15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일부 기자들은 공장식 축산에 대한 사회의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SF뿐만 아니라 매년 수많은 동물들이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으로 산채로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준 대전일보 기자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언론이 보도하는 살처분 된 동물의 숫자는 독자들에게 다소 피상적으로 다가갈 것 같다”며 “공장식 축산의 폐해, 인공고기 등을 통한 기존 육류 대체 문제 등을 이제라도 공론화하고 논의했으면 한다. 그런 논의를 위해 반론도 만만찮긴 하지만 독자들이 언론을 통해 살처분 현장을 간접 경험하도록 생생한 영상을 내보내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